한기총 해체 운동이 예상보다 크게 초기 호응을 받으며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리로 내다 보이는 다양한 풍경이 있다. 

최근 CBS에서 토론회가 있었다. 참석자는 손봉호 교수, 김경원 목사(한목협, 서현교회),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나이영 기자(CBS) 등 이었다. (관련기사) 예장 통합측의 원로들 초청 좌담도 있었다. 참석자는 림인식 목사(증경총회장), 김순권 목사(증경총회장), 김정서 목사(총회장), 손인웅 목사(한목협 회장), 조성기 목사(사무총장)이었다. (관련기사) 그외에도 이런 저런 자리에서 나오는 다양한 발언들을 접한다. 그러다 보니 불현듯 어떤 행태지도가 그려진다. 대략 아래와 같다.


1. 분위기 살피는 관망파
그동안 가장 쉽게 나오던 논리는 "해체는 과격하니, 개혁을 하자"며 주로 '리모델링'론을 내어 놓는 경우였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경우 정보접근의 차단이나 나이브한 상황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미 있는 조직을 해체하기는 왠지 파괴적"이란 정서에 손쉽게 기대는 이 입장은 상황전개에 책임있게 반응하지 못하고, 힘있는 어른들의 눈치나 자신들이 속한 조직의 판단을 마냥 온순한 얼굴로 기다린다. 이들은 이런 상황을 매우 가슴 아파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아파하는 자신을 보며 감동받는' 나르시시즘 놀이를 하고 있을뿐 실제 상황 전개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2. 분위기 모르는 막가파
해체를 반대하며 가장 강력하고도 어이없는 성명서를 낸 '예장 합동교단'의 지도부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필자의 코멘트 참고: "예장 합동, 어이없는 광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겠지만,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이 없는 이들이 지도부를 형성할 수 있는 조직은 미래가 매우 암울하다. 

물론 해체 찬성론자들 가운데에도 막가파들이 있을 수 있다. 정보가 모라자고, 생각이 짧은 가운데 강력한 주장을 펼치는 경우는 언제나 이런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 해체 찬성론에 편승하고 있는 '신천지'쪽은 그런 점에서 전혀 반갑지 않은 해체찬성론 막가파 쯤에 해당되겠다. 한기총 해체에 찬성한다고, 그들의 존재가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3. 홀로 순수파
속 시끄러운 논란과 거리를 두고, 고고한 영성의 성채나 교리의 감옥으로 들어앉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 보인다. 오염되지 않는 신앙의 소유자들이다. 앞으로도 오염될 일이 없는 플라스틱 재질의 신앙인인 이들에게는 한기총 해체니 유지니 하는 논의가 다 부질없는 짓이라, 한 몫에 끌끌 혀를 차고 마는 것으로 소회를 대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뭐, 이것도 한 방법이니 인정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이 미더워보이지 않는 것은 현실을 바꾸어낼 능력 입증하기를 원천적으로 포기하는 그 현실체념적 태도 때문이다. 그들은 현실을 포기한 덕에 이상을 얻었을까? 아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이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현실 탓을 하면서 유보시킨다. 현실을 외면한 댓가로 이상이 얻어지지는 않는다. 세상을 바꿀 수 없는 신앙이 이상적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 주지 못한다. 그건 정신승리법에 불과하고, 사실은 자기기만의 또다른 버전이다.


4. 똥폼 잡는 대안세력
가장 견딜 수 없는 이들은 어느새 대안세력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며 포지션을 선점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현실을 개탄하며, 앞으로 연합기구를 어떻게 합치거나, 분리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구상한다. 누구에게 지분을 좀더 줘야 안정을 찾을 수 있는지를 가늠한다. 그게 우습다. 한기총이 왜 문제였냐면, 한국 개신교인들이 준 적이 없는 '개신교 대표성'을 참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느새 슬그머니 그 운동장에 올라와 몸을 풀고 있다. 조만간 경기가 시작되면, 자기는 이미 여기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포지션을 당연히 배정받거나, 주장 완장을 차야한다는 논리를 펼칠 태세다. 


민심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련기사) 손봉호 교수는 시사지 인터뷰와 한기총 해체 주장의 중심에 서게 된 이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메일과 전화를 받고 있단다. 우려했던 항의나 반박 내용은 거의 없었고, 너무 고맙다, 개신교 떠날 생각이었는데 맘 다시 잡는다 등 구구절절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지금 한기총에 대한 대중적 여론과 민심은 교계정치에서 대표선수 갈아치우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당신들의 정치게임을 그만 두라는 얘기이다. 합동측 천박하고 무식하다고 욕하지만, 통합측의 욕망이 과연 그만 못할까?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통합측의 운신 폭이 넓었을뿐, 공격과 수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거론되지 않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돈을 주었다는 사람은 있는데, 돈을 받았다는 사람들은 안 나왔다. 한두푼이 아니고, 한두번이 아니다. 역대 한기총 회장 선거가 모두 돈선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증경회장의 발언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 부분을 문제 삼아야 한다. 한기총 돈선거를 회개하자는 둥, 개탄할 일이라는 둥, 말잔치는 풍성한데 과연 이 문제가 길자연 목사 개인의 문제이며, 이번 한번의 문제인가? 그게 아니라면, 돈 받아먹은 총대들(과거 선거때 총대로 갔던 사람들 명단이 다 있을 것 아닌가?) 한 사람씩 대질심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일반 선거법에서는 금품향응 받은 사람들 50배씩 물리게 되어 있는데, 한기총 선거는 수십억씩 돈이 돌아다녔는데도 준 사람은 있고, 받은 사람은 없는 해괴한 상황이란 말인가? 각 회원교단과 단체는 총대들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는가? 

지금 한기총 관련 논의에서 눈치를 보는 이들이나, 막무가내로 내달리는 이들이나, 뒤늦게 균형잡힌 대안세력처럼 등장하는 이들이 모두 한 때는 한기총 선거 막전막후에서 뒤섞이고, 어울리던 그때 그 사람들 아닌가? 대안을 말하고, 개혁을 입에 올리려면 가장 핵심적인 사안... 추상적으로 회개한다 말하지 말고, 그래도 한국교회 대표기관은 존재해야 한다는 정치일반론에 편승하지 말고, 핵심 문제에 대한 대답을 해야한다. 돈은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갔으며, 그 댓가로 행사한 투표권은 무슨 결과를 만들었나에 답해야 한다.  

최소한 돈 받은 사람들은 그것을 "입으로 시인하고", "마음으로 참회를 해야" 해결에 이른다. 어떻게 해야 이런 고질적 문제를 반복하지 않을 구조적, 제도적 대안을 만들 수 있는지 얘기를 해야지, 지금 새로운 연합기관 구성 이야기를 꺼내 화제를 전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말이다. 이런 상황이 뻔히 보이니 '해체'를 요구하는 것 아닌가? 한기총 총대급 이상 교단 및 연합기관 관여자들 전체가 지금 불신임 당한 것이다. 이를 얼버무리지 말라. 이들은 일괄 해임 대상이다. 각 교단과 단체는 총대들 전원 소환해서 금품수수 여부부터 조사해야 한다.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구를 해체하는 작업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누가 당신들에게 새로운 조직을 만들라고 임무를 주었나? 지금 이들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앉아서는 이상한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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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합동, 한기총 사태 관련 공식입장 발표.(4/12 국민일보 25면 하단 광고)

"작금 일부 인사들의 음해와 공작으로 길자연 목사와 한국 기독교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바, 본 교단은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인 한기총을 보호할 것이며, 회원 단체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통하여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의 중심에 서게 할 것이다."





한기총 해체 캠페인이 예상외로 크게 파장을 일으키며 진행되는 가운데, 정말 어이없는 한기총 지지 광고가 나왔다. 현재 법원으로부터 대표회장 직무정지를 당한 길자연 목사가 소속된 예장 합동 교단의 명의로 국민일보에 나간 광고(4/12)이다. 

고민한 흔적이 한 문장도 보이지 않는 이 시대 한국교회의 저열한 현장증거물이다.

한 문장씩 뜯어보자.


1. "본 교단은 한국교회 장자교단이며, 단일교단으로서는 세계 최대 장로교단이다."  

이 첫 문장을 읽으면서, 전율로 몸을 부르르 떨었고, 감동으로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니들이 우리를 몰라봤다'는 것이다.

아~ 세계 최대 장로교단인데...
아~ 한국교회 장자교단인데...
아~ 이 싸가지 없는 것들이 우리를 함부로 대한다...

오직 이 한 문장만으로 상대의 기선은 완전 제압된다. 사실 싸움은 이렇게 한다. 이 성명서 작성자는 싸움 좀 해본 분임에 틀림없다. "내가 누군지 아냐!!"라고 내지르면 일단 뻥이라도 절대 꿀리면 안된다. 적들이 오줌을 지릴 정도로 쎄게 나가야 한다. 첫 문장 읽고 상대의 눈빛이 흔들리면 그걸로 게임은 끝난 것이다. "이 시키들 꼴통이구나"란 반응이 나오면 성공하는 것이다. 꼴통 건드리면 뒤끝이 안좋은 건 다들 아는 바니까 말이다.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쪽수가 많다" 그것도 그냥 많은게 아니라 이 방면에는 "세계 최대"라는 것이다. 성경에도 전례가 있다. "우리는 쪽수가 많다"고 예수님 앞에서 까불다가 돼지떼한테 쏠려들어간 운나쁜 넘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세계에서 이 양반들이 예수님 만날 일은 별로 없으니, 왠만하면 '쪽수 많다'고 우길거면 쎄게 끝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2. "본 교단은 수년 동안 한기총 대표회장을 내지 못하여 오던 중 지난 총회에서 신뢰받는 목회자이며, 한국교계 존경받는 지도자인 길자연 목사를 대표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하였고, 길 목사는 작년 12월 20일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제17대 대표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전체 성명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꼽고 싶다. "수년 동안 대표회장을 내지 못하여 오던 중"... 이건 마치 아들을 간절히 바랐던 한나의 심정이나, 엘리사벳과 사가랴의 절절한 마음을 연상시키는 수려한 문장이다. 장자교단인데... 세계 최대 장로교단인데... 그런데, 한기총 대표회장을 '수년 동안' 내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 성명서의 배경을 이루는 것이다. 이 극적인 대비('합동교단의 위대성' 대 '한기총 회장 수년째 못 냄')는 이 현실을 묵묵히 감내해야 했던 합동교단의 비극성을 더더욱 도드라지게 만드는 문학적 장치이다. 문학적 소양이 떨어지는 독자는 이를 두고 '정치적 소외감의 표출' 정도로 폄하하겠으나, 내가 볼때는 신구약을 고루 많이 통독하신 영성 깊은 목회자의 손길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근래에 드문 한국문학계의 성취로 드높여야 마땅하다. 

그렇게 아픔을 곰삭이며 지내오던 차에, 아 이게 왠일인가? '신뢰받는 목회자이며, 존경받는 지도자인 길자연 목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 문장은 문학에서 역사로의 전환이란 놀라운 드라이브를 감행한다. 성경적 진리가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문학인가 했는데, 역사로 내리 꽂히는 '하나님의 현현'적 압도감!! 그래서, "세계최대 장로교단이자 한국교회 장자교단인" 예장합동은 그를 '단독후보'로 추천하였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는 쾌거를 불과 4개월전에 연출한 것이다. 메시아적 승리가 따로 없다. 이 글을 쓴 초안자는 아마도 이 대목에서 콧김을 푹푹 뿜으면서 일필휘지로 내리 갈겼을 것이다. 한 글자도 버릴 구석이 없다. 폭발적 감동을 빈틈없는 문장 구성과 자부심 돋는 단어 선택으로 수년간 고대해온 '메시아의 도래'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 문장은 거의 4복음서의 첫 문장들과 어깨를 겨눌 것이다.  



3. "우리는 길자연 목사야말로 한국 기독교가 처한 작금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탁월한 경륜과 지도력으로 한기총을 반석위에 올려놓을 지도자로 확신하기에 적극 지지한다." 

왜 아니겠는가? 세계최대 장로교 장자교단에 드리운 깊은 '존재의 박탈감'을 일순 만회해준 분이라면 그를 일컬어 '탁월한 경륜과 지도력'의 소유자라 불러 마땅하며, 그를 선택한 한기총은 반드시 '반석' 위에 올라 앉지 않겠는가? 이토록 자명한 진리를 다시 기록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인 것이다. 다만, 이런 위대한 지도자의 등장을 단지 '적극 지지(GG)' 정도로밖에 표현하지 못한 것은, 겸양지덕이라 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경배한다'는 동사에 부합하는 수식어구를 이미 다 사용해놓고선 정작 문장 마지막 대목에서 꼬리를 내리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인가? 아니면 십계명의 처음 두 계명을 어기지 않으려는 목회자의 고뇌가 배어있는 것인가?    



4. "작금 일부 인사들의 음해와 공작으로 길자연 목사와 한국 기독교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바, 본 교단은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기관인 한기총을 보호할 것이며, 회원 단체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통하여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의 중심에 서게 할 것이다." 

이 문장은 매우 독특한 향기가 난다. 문장의 호응관계는 이렇다. "음해와 공작"을 "끈끈한 유대관계"로 풀겠다는 것이다. 보통, 세상에서는 '음해와 공작'은 '분쇄한다'고들 하고, '끈끈한 유대관계'는 주로 부정적 맥락에서 자주 쓰인다. 약간의 문서비평(textual criticism)을 시도해보자면, 원래 이 문장의 원형(proto-type)은 "음해와 공작을 하는 이들을 (***)와의 끈끈한 유대관계로 분쇄해버리겠다"로 보는 것이 맞다. 여기 빈칸에 '회원단체들'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 '회원단체'가 상대를 분쇄할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상대를 분쇄할 만한 '권력기관' 특히 슬쩍 내비치기만 해도 약발이 먹히는 초대형 권력기관 정도가 등장해야 문장이 제격이다. 아마도, 그걸 먼저 썼다가 지우고, 문장의 내적구조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되, 문장의 표면에는 뭐 그냥 무난한 용어로 대치해놓은 것이다. 이런 문장은 읽어보면 묘하게 울림이 생긴다. 평범한 단어가 박혀있지만,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불길하게 스며나온다. 뭔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독특한 향기를 성공적으로 담아놓았다. 이 성명서 작성자는 아무리 봐도 영성 깊은 고수이다.    

 
5. "한기총 대행으로 온 김용호 변호사는 속히 임시총회를 소집, 대표회장 인준절차를 수행함으로 한국교회의 안정을 도모해 줄 것을 요청한다."

마지막 문장은 좀 안습이다. '산을 뽑을 기세'로 내달려온 앞의 문장들을 배신하는 무릎 꺾인 양상이다. 논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규탄한다'거나, '각성하라'거나, '각오하라' 정도가 뿜어져 나와야 할 상황에 '요청해 보아요~' 수준이라니... '똑바로 되돌려놓지 않으면 심판받을 줄 알라'를 기대하고 이까지 읽은 처지에서는 좀 비굴한 끝맺음이 영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어찌하랴. 현실이 그런 것을...
 



나가면서... 

왜 합동교단 명의로 이런 광고를 냈을까? 언뜻 보면 길자연 목사가 합동교단으로부터 엄청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심각한 자충수를 두었다. 현재 상황을 길자연 목사측과는 다르게 보는 '합동' 내부의 사람들은 이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같은 교단이란 멍에나 돌출행위에 대한 부담으로 참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들에게 '항의'할 명분과 계기를 코 앞에 들이 밀었다. 이제는 불이 합동교단 전체로 옮겨붙고, 후폭풍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성명서 낸 분들은 마음이나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머리가 나빴던 것 같다. 

게다가, 교단 명의의 광고를 이리 쉽게 이끌어낼 수는 없다. 아마, 곧 드러나겠지만, 저 아래 연명한 사람들 중에 "나는 내용을 몰랐다"거나, "내 생각은 다르다"는 사람들이 곧바로 등장할 것이다. 길자연 목사측은 이번 사건을 통해 아군이 얼마나 극소수인지를 이제부터 손가락으로 헤아리게 될 것이다.

진작에 예견했지만, 한기총 해체 문제는 일단 판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한기총이란 배를 누가 끝까지 지키느냐는 싸움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누가 먼저 구명보트에 옮겨 타느냐는 게임이 된다. 먼저 버리고 떠나는 자는 명분과 실리를 챙기고, 마지막까지 남는 자는 모든 비난과 부채를 싸안고 침몰하게 된다. 이번 성명을 통해 마지막까지 남을 자들이 누군지가 명확해졌다. 이들이 나서준 덕분에 이제 다른 이들은 훨씬 홀가분하게 배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다 '세계최대 장로교단이자 한국교회 장자교단'인 예장 합동과 길자연 목사 덕분 아니겠는가.


고난주간 시작하는 날, '한국교회의 죄를 지고 방황하는 어리석은 양들'을 나는 이렇게 물끄러미 보고 있다. 아마 그분도 물끄러미 보고 계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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